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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라지는 것들에 집착한다. 삶은 손으로 모래를 퍼내는 것처럼, 되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계속 잃어버리며 흘러간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부스러기들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순간의 파편과도 같다. 잦은 상실 앞에서 나는 방황하며, 행복한 순간조차 잊지 않으려 애쓰지만, 되뇌이는 기억은 결국 그리움이 되어 나를 아프게 한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감정은 점점 얕아지고, 관계는 빠르게 얽히지만 진정한 접촉은 더욱 어려워졌다. 내가 ‘모던 디스토피아’라 부르는 이 시대는 ‘잃어버림’의 속도를 끝없이 가속화한다. 그럴수록 난 과거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사라져가는 기억 앞에서 망각에 사무친다.

  노스텔지어는 내게 단순한 향수나 감상이 아니다. 그것은 작업으로 이끄는 가장 근원적인 충동이다. 온전했던 무언가가 사라진 자리, 그리고 그것을 되찾으려는 욕망은 나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기억을 붙들수록 그것은 형태를 잃고 뒤섞이며, 시간은 휘어져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맞물리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선명하지 않은 아릿하고 희미한 잔상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난 시공간을 연결하려는 행위를 멈출 수 없다.

    사라지는 건 인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소모되고 결국 소멸한다. 기억도, 열정도, 감정도 서서히 무뎌져 관절처럼 닳아간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며 흐르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늘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시간을 멈출 수는 없어도, 그와 함께 부드럽게 흐를 수는 있다. 그래서 나는 유연한 시간처럼 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면 비로소 내가 바라는 상태, 혹은 나 자신이 닿고자 했던 자리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내 작품은 바로 이 믿음과 두려움 사이에서 태어난 흔적이다. 차갑고도 유기적인 재료를 통해 인간의 육체성과 그 소모를 은유한다. 깎이고 닳아 없어지는 감각, 파편처럼 흩어지는 기억, 그리고 동시에 사라져가는 기억과 감각 속에서도 여전히 타인과 이어지고자 하는 움직임을 기록한다. 그것은 상실과 연결, 소모와 교류라는 두 갈래의 충동이 한 지점에서 마주치는 순간이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는 행위는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아픔은 나를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연결로 이끈다. 과거와 현재, 타인과 나 자신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단순히 사라진 것을 애도하는 것이 아닌, 소모된 인간 존재가 여전히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의 기록이 된다. 이 기록을 통해, 언젠가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확실히 남았던 흔적이 있었음을, 누군가와 이어졌던 순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연결’의 행위에는 언제나 ‘언어’라는 수단이 동반된다. 언어는 입을 통해 말로 운반되며, 이 지점은 내 작업 개념에서 또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나는 소심한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을 제때 하지 못해 이따금 아쉬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소통을 통해 엮이고 이어진다. 그렇기에 대화의 현장은 나에게 하나의 쟁취의 장이다. 그 열망은 뜨거움으로 인후에 생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는 언어에는 필연적으로 섹슈얼리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을 아낀다.”라고 한다. 말을 아끼는 행위는 곧 상대를 아끼는 일이며, 동시에 나 자신을 아끼는 태도라고 느낀다. 그것이 반복되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인간관계의 이데아다.

   보이지 않음에도 분명히 감지되는 것, 어떤 믿음은 강한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 발설하지 않으면 기화되는 말, 혹은 입을 통해 내뱉는 순간 작동하는 강한 자력이 내가 믿는 언어의 섹슈얼리티다. 끈적하게 이어지는 지점은 내가 말하려는 누군가와 이어졌던 순간이자 짙게 남은 관계의 흔적이다. 나는 언어와 비언어, 그 안에 혼재된 욕망을 탐구한다.

    이렇듯 사라지는 것과 그것을 붙잡으려는 행위, 그 이유와 그 이유가 남긴 흔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모으는 일이 제 과제이자 우리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이를 나는 작업이라는 비언어적 언어를 통해 탐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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