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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계의 속도를 가속화하지만, 진정한 접촉의 밀도는 낮아진다. 나는 이를 ‘모던 디스토피아'라 정의한다. 이 속에서 인간은 소모되고 감각은 마모되며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진다. 그러나 완전한 소멸 이전까지 존재는 타자를 향해 나아감을 멈추지 않는다.
내 작업은 이러한 상실과 연결의 긴장 속에서 출발한다. 차갑고도 유기적인 재료를 통해 닳아가는 육체를 은유하면서, 동시에 사라짐 속에서도 지속되는 끌림의 힘을 탐색한다. 이는 소모와 교류, 상실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관찰이다.
나는 연결의 조건으로서 언어에 주목한다. 언어는 발화되는 순간 자력을 갖는다. 말해지지 않으면 소멸하지만, 발설되는 즉시 타자를 향해 작동한다. 나는 이 작동성을 언어의 섹슈얼리티라 규정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긴장과 자력의 영역이다.
결국 나의 작업은 사라짐을 애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소모되는 인간 존재가 그럼에도 서로를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는 흔적을 구조화한다. 나는 작업이라는 비언어적 언어를 통해 연결의 가능성이 완전히 소거되지 않았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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